고대 영문학 작품 – 베어울프(Beowulf)

1. 베어울프(Beowulf)의 문학사적 의의

 

- 고대 영문학 작품은 어림잡아 소설 30권에 해당하는 분량이 현존해 있을 만큼 그리 많지는 않으나 이 중에서도 고대 영시에서 가장 뛰어나고 영어 문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진 서사시 중의 하나가 바로 베어울프(Beowulf)이다. 

- 베어울프(Beowulf)는 전체 고대 영시의 1/1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며 총 3,182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문학 작품은 고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장편의 시로서, 기원전 6세기 후반 또는 기원후 7세기 초반에 지금의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배경으로 베어울프라는 영웅의 일대기기를 내용으로 기술된 작자 미상인 대서사시이다. 이 대서사시는 구전으로 전해오다가, 대략 8세기 무렵 학문과 문화적 전통에 학식이 풍부한 어느 앵글로·색슨의 수도사가 이를 문자화하여 시의 형태를 갖추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현존하는 수서본은 10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보여지며 현재 대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영문학 작품은 영웅주의 사회의 행동철학과 초월적인 현상의 절묘한 조합이 게르만 전통에 입각한 운명, 명예, 충성, 복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고고학적, 예술적, 역사적 사실과 고대 여인들의 역할 등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도 담아내고 있다.

베어울프의 첫 장

2. 베어울프(Beowulf)의 내용

이 영문학 서사시는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괴물 그렌델(Grendel)과의 싸움

 

- 이 영문학 작품은 데인족 왕가의 대대로 내려오는 혈통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왕가의 시조이면서 동시에 전설적인 용사였던 스퀼드 섀핑(Scyld Scefing)은 어린 시절 데인족의 땅에 와서, 장성하여 데인족 왕가를 세웠으며 후대에 흐로스가(Hrothga)가 왕위에 올라 현명하고 인자한 성품으로 나라를 다스린다. 헤오로트(Heorot)라는 큰 연회장을 지어서 전장에 나가서 승리한 용감한 병사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던 어느 날, 늪지의 괴물 그렌델(Grendel)이 헤오로트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너무 괴로워하다가 한밤중에 이곳을 습격하여 데인족 서른 명을 죽이게 되고 이후로도 그렌델은 12년 동안이나 덴마크인들을 괴롭혔으나, 흐로스가의  힘과 기량으로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그렌델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 예이츠(Geats)의 왕족이자 최강의 용사인 주인공 베어울프는 데인족이 그렌델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용사 14명과 함께 데인족의 땅으로 가서 그렌델을 물리치겠다고 하자 흐로스가는 베어울프 일행을 위해 환영 잔치를 베풀어 주게 된다. 잔치가 끝나자 베어울프와 함께한 용사들은 그렌델을 기다리는데, 이곳에서 용사 한 명이 그렌델에게 희생당하자 베어울프를 비롯한 남은 용사들이 무기를 사용하여 그를 공격하였으나 그의 주술에 힘없이 무너지자, 혈투 끝에 베어울프는 맨손으로 그렌델의 팔 한쪽을 뜯어버리고 그렌델은 피를 흘리며 늪지대의 은신처로 달아나다가 최후를 맞이 하게 된다.

 

 
2) 그렌델의 어머니와의 싸움

 
- 그렌델의 죽음을 확인한 데인족들은 크게 기뻐하며 베어울프의 용기를 칭찬하여 일컬으며 그렌델로 인해 황폐해지고 방치되었던 연회장 헤오로트를 새로이 단장하고 그 천장에는 그렌델의 찢겨나간 팔을 매달아 성대한 연회를 베풀게 되는데, 이곳에서 흐로스가의 왕비 웨알데오우(Wealh-theow)와 한 때 베어울프를 조롱하였던 가신 운페르스(Unferth)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영웅을 칭송한다.

- 그러나  그렌델의 어머니는 자식의 죽음에 분노하여 연회가 끝난 후 헤오로트로 가서 흐로스가가 심복이었던 에쉬헤레(Aeschere)를 죽여 그 시신과 연회장 천장에 매달린 그녀의 자식, 그렌델의 팔을 가지고 늪지대로 달아난다.

- 에쉬헤레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흐로스가는 베어울프에게 그렌델의 어머니를 살해해 달라고 부탁하자 베어울프는 흐로스가와 함께 그녀가 숨어있는 호수를 발견하자, 자신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자신의 용사들을 거두어 주고, 자신이 받은 보물들은 예이츠의 왕에게 보내 주라고 부탁하며 운페르스가 빌려준 명검 흐룬팅으로 무장한 채 호수로 뛰어 들어가 잠수하게 된다.

- 베어울프는 물속에서 그렌델의 어머니에게 붙잡혀 호수의 괴물들에게 공격받고, 그녀와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그가 입은 갑옷과 그의 어마어마한 악력, 그리고 흐룬팅 검이 아닌 소굴의 벽에 걸려 있던 거인의 검으로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3) 용과의 싸움 - 마지막 전투

 

- 베어울프와 그 일행은 흐로스가에게서 약속을 받은 대로 많은 보물과 함께 고국 예이츠로 돌아왔고 예이츠의 왕이자 베어울프의 외삼촌인 히엘락(Hygelac)에게 큰 환영을 받게 된다. 그리고 히엘락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며, 흐로스가로부터 약속으로 받은 보물을 바치자, 베어울프는 영토와 예이츠 제일의 보검을 하사받게 된다.

 - 베어울프는 왕의 젊은 아내인 히이드(Hygd)로 인해 왕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으나, 이를 거절하게 되지만 베어울프의 외사촌이자 히엘락의 아들인 헤아드레드(Heardred)가 사망한 후 결국 예이츠 족의 왕이 되어 50년간 훌륭하게 나라를 통치한다.

- 베어울프가 통치하였던 지역 근처에는 보물창고가 황야의 고지에 숨겨져 있었으며, 불 뿜는 용이 이곳을 300년간 지키고 있었는데 죄를 짓고 매를 피해 달아난 어느 노예가 그 보물창고에 들어가, 주인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용이 잠든 틈을 타서 황금 잔 하나를 훔쳐 받치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된 용은 크게 분노하여, 밤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예이츠의 백성들을 학살하게 된다. 

- 이를 알게 된 베어울프는, 왕좌에 등극한 지 50년이 흘러 늙은 왕이 되었으나 직접 나서서 용을 물리치기로 결심하고 그 노예에게서 훔친 황금 잔을 돌려받고 용이 지키는 보물창고로 부하 11명을 거느리고 용의 소굴에 가게 된다. 부하들을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고 나서 죽음을 각오하며, 홀로 굴로 쳐들어가 처절한 싸움을 시작한다. 그러나, 노쇠한 왕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용감하게 용의 소굴로 뛰어든 위글라프(Wigalf)의 도움으로 베어울프는 용을 물리치지만, 노쇠하고 몸에 크게 다치었으며 용에게서 나온 독기와 화염에 노출된 베어울프는 자신의 곁에서 함께 싸워준 충신 위글라프에게 유언을 남기며 그의 품에서 세상을 떠난다.
이후에 예이츠인들은 장작더미를 쌓아 베어울프의 시신을 화장하고, 열흘 동안 그의 무덤을 만들고 용사 12명이 말을 탄 채로 무덤 주위를 돌면서 예이츠의 모든 백성은 위대한 영웅이며 임금이었던 베어울프의 죽음을 애도한다.

 

3. 이 영문학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특징

 

1) 언어를 중심으로 한 예술적 기교

- 두운 작시법(Alliteration)이 시어의 선택과 배열에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을지라도, 어휘들이 자유자재로 다양하게 구사 되어있다.
- 죽음과 운명이라는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고뇌가 언어에 담겨 있다.

2) 영웅주의 행동의 철학

- 영웅주의 사회는 기독교와는 다르게, 영웅적인 행동이 후손들에게 ‘불멸의 영혼’을 지니기에 삶에서 이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는데, 베어울프는 이러한 철학을 인지하고 있음이 작품 속에서 잘 드러나 있다.

 

3) 보물의 가치와 기능

 

- 군주와 용사의 관계는 독특한 상호관계로 유지된다. 다시 말하여, 평화로운 시기에는 군주가 연회를 베풀면서 군주의 관대함도 보여주고, 충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라면서 금품을 배분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용사들은 군주를 비롯해 자신들의 사회 내지는 조직에서의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보이는 것이니, 그 당시의 사회에서 이 보물은 사회를 결속시키는 매개체임을 알 수 있다.

4) 고대의 여인의 역할

- 흐로스가의 왕비 웨알데오우(Wealh-theow)은 남편이자 왕이 베어울프에게 베푸는 보물을 배분에 관여하게 되는데, 이는 당시 영웅주의라는 남성의 권력이 우월하던 시기에, 왕이 주관하는 향연의 장소에서 평화의 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충분히 수행하는 장면으로 당시 고대 여인들의 역할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